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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조각모음

일하는 목회자

by 음악노트 2020. 9. 15.

10 개월 정도의 공백을 뒤로하고 드디어 '단시간 아르바이트'로 다시 시작을 하게 되었습니다. 한 어린이 집 식당에서 설거지를 하는 일입니다. 전공이 전공인지라, 다들 이력서를 보면서 '이런 일 할 수 있겠냐?'라고 묻더군요. 일을 시키면서도 '사역자라 조심스럽다'라고 하는 분도 계시구요. 예상은 했지만 막상 접하니 살짝 웃음이 나더군요. 

 

비록 나이 등 여러 이유로 사역현장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음에도 안수를 받은 이상 늘 따라다닐 수밖에 없는 직함이 참 버겁고 낯서네요. 설거지하면서 먼저 오픈했습니다. '전 일하러 왔고, 막내니까 편하게 대하면 된다고' 선수를 쳤더니 오늘 일하면서는 드디어 이름을 부르면서 "~씨"라고 호칭을 편하게 해 주더군요. 얼마나 감사하던지. 

 

'일하는 목회자라...' 

 

많은 생각이 듭니다. 이미 오래 전 부터 저는 사역을 한다면 자비량을 할 거라는 것을 마음에 가지고 있었습니다. 요즘은 일과 목회를 병행하는 분도 많이 계시지요. (이미 몇 년 전에 본 기사에도 경기도 A시에서 야간 택시 기사 중 50% 넘는 분들이 목회자라는 기사도 봤습니다.) 하지만 아직은 한국 내 분위기는 '일 하면서 목회하는 게 제대로 되겠나?라는 의심스런 눈길도 있습니다. 뭐, 사실 큰 문제도 아닙니다. (굳이 사도 바울의 사역 형태를 말하지 않아도 그러지 않아야 한다는 근거가 되는 구절이나 있던가요? )

 

자립이 아닌 이상 대부분의 교회는 월세가 나갑니다. 그 공간을 매일 다 쓰거나 활용하지도 않으면서 버티는 것에 대해서도 이제는 생각의 전환을 해야 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것이 나쁘다는 뜻이 아닙니다. 무리해서, 그리고 성도들에게까지 부담을 주면서 어렵게 버티는 것이 과연 지혜로운 선택일까 하는 생각입니다. 그리고 할 수 있다면 목회자가 스스로 일 하면서 목회하는 것도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단순히 '목회와 일'이라는 구도로만 보지 말았으면 합니다. 목회도 사람을 대하는 일입니다. 그렇다면 그들이 살아가는 현장도 알아야 한다고 봅니다. 따라서 일하는 목회라면 '주일 성수'라던가 여러 가지 성도들이 고민하는 현실적인 이야기들을 정말 진지하게 대할 수 있고, 목회자의 시선에서만 성도들을 대하지는 못할 거라고 봅니다. (성도들이 주일 성수 안 한다고 다그치는 목사님들이 얼마나 많은지.. 그들의 현장과 삶을 제대로 알고나 말하는지 궁금해질 때가 가끔 있거든요.)

 

그리고 개인적으로 또 하나 드는 생각이 있습니다. '목회자'라는 것이 현대에 있어 '직업'과 연계된 인식이 크다는 겁니다. 거룩한 직분이지만 결국 목회자도 돈 받고 일하는 것 아니냐라는 생각들 말입니다. 은연 중에 이것과 관계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성경적으로 '레위인'과 관련한 해석이라던가 이런 것은 굳이 이야기하지 않겠습니다. 그 부분은 제 이야기의 논점이 아니니까요. 그리고 그 해석들이 지금 이스라엘이란 나라가 아닌 이방 국가에 사는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삶의 현장에 그대로 적용되어야 할지는 여전히 해석이 분분할 수 있기도 하고요) 아무튼, 목회자도 헌금 등을 통해 지급되는 사례비를 받으니 그만큼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생각들로 인해 본질적 의미에서의 '목회'가 적용이 가능할까도 생각해 보게 됩니다.

 

과거에도 일부분은 '일목(일하는 목회자)'이었고, 지금도 일하고 있습니다. 식당 주방에서 설거지를 하면서 '로렌스 수사'가 떠올랐습니다. (모르시는 분은 '하나님의 임재연습'이란 책을 보시길) 여러 일 중에 하필 주방에 배정된 것에 대해 참 싫었다고 하던 그가 부엌 한 구석에서 하나님의 임재와 동행을 누리기 시작했다는 그 이야기를 생각했습니다. 비록 한 귀퉁이이지만 제가 만나는 사람, 하는 일 중에 하나님의 흔적과 인도와 동행을 몸소 체험하게 되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와 동시에 지금 이 일에서 성실하고 겸손한 태도로 모든 것을 대면하자는 결단을 했습니다. 

 

앞으로도 일목이 많이 나오길 바랍니다. 그리고 좀 어렵더라도 지속적으로 잘 이어져서 재정적으로 자립하는 공동체가 세워지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모두가 피땀 흘려 모아 올려드린 헌금이 반드시 쓰여야 할 그곳으로 흘러들어 갔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그걸 목표로 살아가고자 합니다. 이미 그렇게 살고 계신 분들, 존경합니다. 힘내시고 포기하지 말아 주시기 바랍니다. 저도 따라갑니다. 함께 일상에서 하나님의 살아계심이 여러분과 저의 삶을 통해 드러나길 기대해 봅니다. 

 

댓글1

  • 김종윤 2020.09.18 21:16

    일하는 목회자 님의 순전함과 열정에 응원의 박수를 보냅니다. 건강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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