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배 이야기

밥 한 공기 뜨는 정성으로

음악노트 2021. 8. 25. 11:01

아침운행-저는 학원차량운행을 합니다-을 마치고 카페에 와서 '이어령 님'의 책을 읽다가 문득 글을 쓰고 싶어서 노트북을 켜고 블로그에 접속했습니다. 책 내용은 '서양의 빵문화와 한국의 밥문화'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글의 말미에 나온 한 줄 글이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밥 한 사발은 결코 같은 밥 한 사발이 아닌 것이다. 온기가 다르고 양이 다르고 퍼 담은 솜씨가 다르다'

 

깊이 공감했습니다. 제가 일하는 어린이집 식당에서 아이들이 먹을 음식을 나르며 매일 그릇에 담긴 모양새를 봅니다. 밥을 분배할 때 뿐 아니라 밥을 퍼서 담는 주방장의 모습을 볼 때마다 마음 한 켠 느끼는 감정은, '밥 맛 떨어지네'입니다. 대충 퍼담은 형태입니다. 무엇보다 밥을 배분하며 모자랐는지 푹 떠서 옮기곤 그 흔적 그대로 내어놓는 모양새를 볼 때면 정이 뚝 떨어지곤 합니다. 가끔은 몰래 주걱을 퍼서 그 밥알들을 가지런히 모아주곤 합니다. 누구한테 배워서가 아니라, 늘 저희 어머니가 그렇게 밥을 뜨셨고 어찌 사람 앞에 내어 놓아야 하는지 직접 보여주셨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뜸이 잘 들어 밥솥 안에 담겨 있어도 뜰 때는 주걱으로 길을 내어 뒤집어 가며 밥그릇에 고이 담아야만 맛깔나게 보이고 따뜻하게 보입니다. 그냥 뜨면 여지 없이 그 밥을 뜬 사람의 마음을 투영하듯 마음의 어떠함이 고스란히 나타납니다. 이어령 님이 쓰신대로 ' 같은 밥이라도 계모가 퍼 준 밥과 친어머리가 퍼준 밥은 숟가락으로 떠보기만 해도 아는 것'입니다. 그것이 우리 한국이 밥 문화가 가진 힘 입니다. 

 

교회에서 봉사를 하는 나의 마음은 어떠한가요? 그것은 내 손을 거친 모든 것에 고스란히 드러나기 마련입니다. 아무리 메뉴얼대로 철저하게 청소를 해도 마음을 쓴 것과 시킨 것만 기계적으로 한 것은 표시가 납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초심이 사라지고 익숙함에 따라 그냥 손만 대고 있는 그런 때가 있습니다. 마음이 달라졌을수도 있고, 어떤 일들 때문에 마음이 상해서 더 이상 에전과 같이 정성을 다하고 마음을 담지 못할 때도 그렇게 되죠. 

 

무심코 뜬 밥 한 공기에도 나의 모든 것이 보이듯, 하나님에 대한 감사와 어떤 계기로 마음 먹고 시작한 봉사도 다 나타납니다. 그 흔적에 담긴 마음을 알아차릴 수 있는 지도자들이 그립습니다. 매일의 일과와 교회의 행사 그 자체에 밀려 다니며 본래 의미를 상실해 가는 봉사에 '멈추고 쉬세요'라고 말해주는 따뜻함을 가진 공동체 또한 그립습니다. 말만 '가족처럼'이 되어선 안 되는데, 요즘은 이 '가족처럼'이라는 말조차 그 의미를 상실해서 성도들에게 '대가를 바라지 말고 일해'라는 뉘앙스를 품고 성도들을 혹사시키기도 하는 것이 안타깝기만 합니다.

 

그저 밥 한 공기만 담당해서 그 한 공기라도 늘 따스한 정을 느끼게 할 수 있도록 '정이 넘치는 봉사'가 이어지면 참 좋겠습니다. 오늘 하루만큼은 정이 넘치는 하루가 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