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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사역 제안서

I'm sorry, but I can' (미안하지만, 안 되요)

by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음악노트 2020. 5. 1.

코로나 사태가 아니라도 교회 사역을 하며 '거리두기'에 대해 이야기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공동체를 섬기는 것도 지혜가 필요합니다. 특히 '선 긋는 지혜'가 그렇습니다. 종종 '주님의 이름'과 '사랑과 헌신'이라는 미명 아래 마음도 몸도 무너지는 사람들을 봤습니다. 그 반대로 비슷한 명목으로 사람들을 번-아웃시키는 이들 역시 경험했습니다. 이번 이야기를 잘 주목해 주셨으면 합니다. 

 

수많은 영웅이 있지만, YES-MAN은 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전문사역자들, 그렇지 않더라도 교회에 직책을 맡아 섬기는 분들은 사람들의 당연한 듯하는 요구에 무조건적으로 혹은 순수하게 응해서는 안 됩니다. 무조건 거절을 하라는 뜻이 아닙니다. 지혜롭게 거절할 줄도 알아야 한다는 말입니다. 부탁하는 사람도, 요청받는 사람도 모두  '주님의 일인데 이 정도야 당연히 해야지' 그렇게 생각해서 아무 생각 없이 '알겠다'라고 하지 말아야 합니다. 당연히 그래도 되는 줄 알고 말도 안 되는 것을 시키는 사람들의 요구에 순응하면 그때부터는 '노예'처럼 일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죄송하지만, 지금은 안 돼겠어요" ^^

예수님께서 일하신 방식을 생각해 보세요. 성경에는 '자기에게 오는 모든 병자들을 고치셨다'는 기록도 있는 반면, '그들을 떠나 가셨다'는 기록도 있습니다. 자기에게 주어진 자신만의 사명을 위해서는 단호하게 거절하신 경우입니다. 우리도 예수님의 본을 따라야 합니다. 사람들은 자기의 필요에 따라 많고 다양한 요구를 들고 몰려들지만 '선 긋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그럴 때 사람들은 '아, 무슨 사역자가 그렇게 딱딱하냐'라고 할지도 모르지요. 하지만 그런 반응에 민감할 필요가 없습니다. 자신의 처지와 우선순위가 있습니다. 그리고 내 능력을 넘어서는 일까지도 '교회의, 주님의 일이니까'라는 식으로 무심코 받아들이면 절대 안 됩니다.

 

사역자이지만 여러분도 하나님 앞에선 한 사람의 믿는 자입니다. 직분만 구분되어 있지 지칠 수 있고 연약할 수 있고, 너무 바빠 응답할 수 없는 상태일 수 있습니다. 그런 사정을 '사랑'이라는 것으로 포장해서 사역하지 마십시오. 팩트를 정확히 전달하고 일을 조정해야 합니다. 누구도 이것은 대신해 주지 않고, 당신 사정은 헤아리지 않지요. 당연히 사역자는 이래야 한다는 자신들만의 틀을 가지고 여러가지 모양으로 조종하려는 사람들은 항상 주변에 있습니다. 하지만 아닙니다. 부탁하러 왔으면 상대에게 맞춰야 하는 게 상식입니다. 그러니 미안함 때문에 거절하지 못한다면 더 큰 화를 불러올 수 있습니다. 

 

잠깐 엇나갈 수 있는 이야기지만, 사역지를 찾아 볼 때 혹은 교회에서 일을 부탁받을 때 <모호한 표현들> 때문에 고생한 적이 있습니다. '우리 교회에 오면 이것만 하면 된다'라고 광고한 공동체 중에 정말 그것만 하게 된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시킨 일만 하겠다는 뜻이 아니냐 하는 오해는 마시길 ㅎ) '잠깐이면 돼'라는 부탁 역시 그랬습니다. 좋은 마음으로 '네'라고 답하며 도와드렸는데 어느덧  '부탁의 파도'에 떠밀리고 '갑질'에 휘둘리고, 참다못해 '이제 그만'이라고 말하려니 너무 멀리 와 버려 어쩔 수 없는 순간을 맞는 것보다는 모든 것을 명확히 하고, 잘 소통해서 조정해 가는 것이 일하는 자에게 요구되는 지혜입니다. 

 

당연한 것은 없습니다. 부탁하는 사람도, 요청 받는 사람도 상대의 상황과 처지를 고려하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합니다. '지금까지 우린 늘 그랬다'는 소리를 듣게 될 수 있습니다. 그런 반항에 반응하지 마세요. 서로 윈-윈 하려는 시도에 불편함을 호소하는 투덜이들의 말만 들어선 사역 현장이 바뀌지 않습니다. 때론 너무 완강해서 오히려 내 자리가 위험해질 수도 있겠죠. 그럴 때는 필요하다면 그 자리를 빠져나오는 것도 서로를 보호하는 한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자기의 사명을 이루는 것에는 시간을 들이지 못하고 일에만 끌려 다니는 것은 하나님도 기뻐하시지 않을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부교역자든, 담임목회자든, 보수도 없이 교회일을 섬기는 사람이든 하나님 사랑 때문에 시작한 일인데, 교묘한 위장 전술('하나님 일이니까', '예수 믿으면 사랑으로 다 받아줘야 하니까' 같은 교묘한 말을 빙자하여 사명을 방해하는 모든 종류의 저항들)에 속아 평생을 엉뚱한 일, 남의 일에만 차출되어 다니는 불쌍한 사람이 되지 마세요. 거절하는 것이 어려운 성격이라 해도 이것은 반드시 거쳐야 하는 관문입니다. 

 

제가 나누고픈 핵심이 제대로 전해졌는지 모르지만, 지금 이 시간에도 모든 걸 쏟아 부으며 살아가는 분들께 꼭 하고 싶은 말입니다. 사명과 관련하여 불 같이 응답하시고, 부르심과 관련 없는 일에 일일이 응답하다가 스스로 불에 타 사라지는 사역자가 되지 않기를 바라면서, 여러분을 응원하는 마음을 담아 써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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