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생활, 사역, 봉사

행정: 게시판과 메모를 활용해 소통(疏通)하라.

음악노트 2020. 4. 13. 15:27

교회 임지가 바뀔 때마다 공통적으로 발견한 것이 있습니다. 전임자가 남긴 전장(戰場)의 물품들, 구석진 곳에서 자리만 차지하는 각종 잡동사니들, 작업 동선과는 상관없이 이리저리 배치 된 사무실 집기, PC의 모니터를 가득채운 정리되지 않은 폴더와 쓸모 없는 자료들, 업무 공간 구석구석에 찌들어 있는 먼지와 찌든 때들... 이와같이 관리되지 않은 업무공간이 많다는 사실입니다. 

 

내가 근무하는 공간은 지금 우리가 행정업무와 공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매우 사소하게 보일지도 모르는 이 영역은 인간관계에 있어 '첫 인상'을 결정짓게 하는 요소와 다름없습니다. 목회사역자와 봉사자들이 수행하는 행정의 모든 것이 이런 공간을 통해 구현됩니다. 이것이 '첫 인상'을 결정짓는 요소가 됩니다. 많이 살펴 보지 않아도 공간만으로도 많은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행정에 있어 공간 안에 모든 프로세스를 볼 수 있게 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충남의 어느 교회에서의 경험을 나누고 싶습니다. 업무를 보고 있을 때면 교회에 들른 사람들로부터 " 거, 교회 일이 뻔한데 뭘 그렇게나  늦게까지 일하냐?" 는 말을 자주 들었습니다. 틀린 말은 아니었습니다. 인수받은 업무도 전체 정리를 하고 보니 다른 교회들과 크게 다른 점이 없었고, 시골이기에 마당을 쓸거나 조경하는 분들을 돕는 것 정도의 일을 했을 뿐입니다. 그럼에도 저는 부임 후 몇 개월간을 새벽까지도 일했었습니다. 지시받은 일도 있는데다 공간을 재정비할 것들도 많이 보여서 '스스로 알아서' 하고자 했기 때문이죠. 손을 대야 할 것이 보이는데 어떻게 그만 두겠습니까? 눈에 띈 이상, 그건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 제 원칙이거든요. 

 

아무도 보이지 않는 시간에 그렇게 투자한 이유는  '사람들로 하여금 교회에서 어떤 일을 하고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알려야겠다'고 생각 했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화이트 보드'를 이용한 게시판을 만들었고, 데스크용 달력을 활용해 개인 업무가 어떤 것이 있는지 모두 기록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메모지를 활용하여 제가 부재 중일 때 찾아올 사람들에게 행선지를 알리고 언제 돌아올 것인지를 꼭 적어 두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사무실 물품 등에 모두 라벨지를 붙여서 제가 부재중이라도 사람들이 필요한 것을 찾을 수 있도록 하고 이와 관련된 메모를 게시판과 안내문을 통해 공지했습니다. 이것을 통해 어떤 변화가 생겼을까요? 

 

첫째, 업무지시를 내린 담임자가 사무실에 들르기만 해도 지시한 사항들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파악할 수 있어서 일일이 보고서를 작성하지 않아도 되는 일이 늘어났습니다. 

 

둘째, 성도들은 점차로 제가 어떤 일정으로 움직이는 지 알게 되었고, 게으름을 피우지 않는다는 것을 눈으로 확인하면서부터 신뢰도가 높아졌으며 저를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에도 변화가 찾아왔습니다. 업무를 위한 협력과 소통이 원할해 진 것은 두 말 할 것도 없구요. 

 

셋째, 제게 일을 부탁하는 사람에게 'No'라고 말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아무리 급해도 먼저 처리해야 할 일이 있다는 것을 게시판 등을 통해 보여주면서 '기다려달라'고 부탁할 수 있었고 'NO Message'에 대해 기분 나쁘게 생각하지 않기 시작했습니다. 거절 혹은 대기하라는 말을 하기 쉽지 않는 업무 환경이 우리나라에 참 많습니다. 하지만, 이런 작은 노력만으로도 바꿀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은 변화는 한 번에 이뤄지지는 않습니다. 시간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꼭 필요한 중요한 일입니다. 저는 이와 같은 경험을 교회 뿐 아니라 '아르바이트' 하는 곳에서도 적용해서 상관에게 인정과 신임을 받은 경험이 있습니다. 출판사 지하창고에서 도서 입출고 담당을 했었는데, 화이트보드를 이용해 진행사항과 재고를 매번 갱신하면서 한 눈에 파악하도록 했더니 제가 부재중에도 업무에 대해 파악 할 수 있게 되었고, 필요한 책이 얼마인지, 언제 책이 들어오고 나가는지 등을 소통함에 있어 훨씬 힘이 덜 들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일본의 선교사로 있는 대학원 동기 목사님 한 분이 '거절하지 못하는 성격' 때문에 사역에 애를 먹고 있다며 고민을 이야기 하더군요. 그 때에도 이 방법을 권유해 드렸습니다. 행정이나 소통이 부족한 곳이 많습니다. 저는 행정업무에 있어 이 방법을 한 번 써보라는 권유를 꼭 한 번 글을 통해 하고 싶었습니다. 

 

교회사역에 있어 중요한 것은 행정이며, 각 프로세스process를 원할하게 만들어 업무효율을 높여야 할 것입니다. 그것을 위해 전체 흐름을 보여주고, 각자가 담당한 것이 무엇인지 그것이 서로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진행상황과 협력이 필요한 부분은 무엇인지 등을 팀원들이 볼 수 있게 해주는 것은 기본이겠지요? 

 

여러분의 사역에 이 작은 행동을 통한 변화가 일어났으면 좋겠습니다 ^^